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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진단

농기계산업 육성등 업무, 산자부 이관을

R&D자금 창구·연구기관 흩어져...핵심원천기술 책임질 기관 절실

‘여우가 황새를 오찬에 초대했다. 여우는 접시에 수프를 장만해 융숭히 황새를 대접했지만 황새는 주둥이 끝으로 고통스럽게 먹어야 했다. 다음번에는 황새가 여우를 초대했다. 황새는 먹음직스런 물고기를 유리병에 넣어 대접했지만 여우는 병 속에 비쳐보이는 고기 조각을 핥을 뿐 신통한 수가 없었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황새의 이야기이다.

 

우리 농기계산업 육성과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정책이 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농식품부는 농기계산업 육성을 주요업무 범위에 두고 있지만 농기계 보급정책과 사후관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일관성 있는 산업정책을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산자부의 농기계산업 지원정책도 마찬가지다. R&D 지원을 위한 정책마련을 하고 있지만 개별기업에 대한 선심성의 R&D 자금지원으로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니 우리 농기계산업의 기반기술개발은 고사하고 핵심기술 국산화를 위한 일관연구체계 구축은 요원한 일이 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이 밀리고 있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다행히 최근 농기계산업을 전담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설립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내 농기계산업의 정체와 외국산 농기계의 시장점유율 확대로 침체에 빠진 농기계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해 수출경쟁력을 확보해 보자는 취지로 반길 만한 일이다. 그러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지금까지 우리 농기계산업이 방향성 없이 이리저리 흔들려 왔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3년간의 농기계분야 R&D 지원규모는 총 931억원 규모에 이른다. 2012년 334억원, 2013년 345억원, 2014년 252억원 등 매년 300억원 내외의 정부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적지않은 규모지만 존디어, CNH, 구보다 등의 메이저 기업의 한해 R&D 예산이 1조5000억원 내외인 점을 비교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정부의 R&D 지원정책이 각 기관별·기업별로 개별적인 지원체계로 이뤄지면서 일회성에 그치고 있어 일관연구체계가 어렵고, 핵심부품기술의 기반기술마련이 이뤄지지 않아 산업체 확산체계 구축이 어렵다는데 있다. 최근 3년간의 농기계분야 R&D 지원규모를 부처별로 살펴보면 농식품부 192억원(20.6%), 산자부 214억원(23%), 농진청 370억원(39.7%) 등이다. 또한 주관기관별로는 국공립연구소 234억원(25.1%), 대학 345억원(37%), 기업 303억원(32.5%) 등으로 부처별 배정된 예산에 따라 개별 과제별로 R&D 연구가 이뤄져왔다.

국가기관으로 농기계 연구개발을 하고 있는 국립농업과학원 소속 농업공학부의 경우에는 핵심기술이나 부품기술의 선행연구 보다는 당장 농가보급에 필요한 응용기술과 보급기술에 주력하고 있어 핵심원천기술의 R&D를 책임지고 견인할 수 있는 연구기관이 절실한 상황이다.

농기계 R&D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기관도 제각각이고,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도 제각각인데다 농기계를 개발하는 정부기관도 흩어져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농기계산업을 지속적이고 효율적으로 R&D를 추진할 수 있는 독립적인 연구기관의 설립논의는 그래서 가뭄의 단비와 같은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막상 컨트롤타워의 기능을 갖는 농업기계연구원의 설립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도사리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부조직의 슬림화기조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강화된 정부출연기관 설립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철저한 준비와 공감대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관련 연구기관을 통폐합하기 위해서는 신분과 급여체계 등의 절충점을 찾기 위한 해법마련이 필요하다. 공무원 신분인 농업공학부 연구원의 급여체계와는 확연히 다른 실용화재단 조직, 임금수준이 높은 생산기술연구원의 보수와 신분보장 등 절충점을 찾기 어려운 이해관계 해결이 전제되어야 한다.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에는 부처별 특성에 따라 농기계산업의 사업별 소관업무 이전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즉 농업인의 농기계 사용과 관련한 보급사업, 구입자금지원 등의 업무는 농식품부에서 담당하고, 농기계산업 육성과 관련한 핵심기술개발, 부품소재, 산업체 지원, 기반시설 마련 등의 기업관련 업무는 모두 산자부로 이관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이미 산자부에서 육성하기로 한 산업핵심기술 분류체계상의 산업기계목록에 건설기계, 농업기계, 섬유기계, 공조기계, 승강기 등의 항목에 농기계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좋은 재료가 준비됐다고 해도 알맞은 그릇에 담는 지혜가 필요하다. 여우 자리에는 수프가 담긴 접시를, 황새 자리에는 물고기가 담긴 물병을 식탁위에 올려놓는다면 서로 곤란한 일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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