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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맛과 환경을 동시에 만족하는 기술이 있다면

 우리나라 미곡종합처리장(RPC)은 1991년 농어촌 구조개선 사업으로 경북 의성과 충남 당진에서 처음 설치되면서 벼 수확후처리시스템의 큰 변혁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214개소가 전국 쌀 생산지역에 골고루 설치되어 민간 또는 농협 경영체에서 운영하고 있다. 실제 설치 RPC수는 이보다 많지만 운영의 효율화를 높이기 위해 도정시설 중심으로 통폐합하였기 때문이다. 즉 도정시설의 처리량은 전체 쌀 생산 처리량을 할 수 있는가하면 건조·저장능력은 각각 94%, 47%을 처리하고 있어 신규 사업으로 이 두 가지 시설만 증설하는데 지원하고 있다.


 벼농사를 짓는 농업인들에게는 수확후처리작업은 노동력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품질 좋은 쌀을 생산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하자면 RPC는 벼 수확후처리 공정의 농업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까지는 농가에서 자연 또는 열풍건조해서 창고나 벼 가마니상태로 저장 보관하던 것을 정립된 기술로 품질관리 할 수 있게 되었다. 표준화된 기술과 새로운 운영관리로 쌀의 품질이 높아진 것은 당연하다.


 그러고 보니 RPC가 보급된 지 어느덧 30년, 중년으로 가까이 접어들고 있다. 흘러온 세월만큼이나 비약적인 기술이 발전했으나 아직 미흡한 부분도 없지 않다. RPC의 기본 공정은 건조, 저장 그리고 도정으로 구분한다. 그동안 건조와 저장시설은 연구 개발을 꾸준히 하여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보지만 벼를 깎아내는 도정기술은 그러하지 못하다. 자료나 현장에서 사용하는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현미기, 정미기, 연미기(무세미기 : 쌀을 씻지 않고 바로 물만 부어 밥을 지을 수 있는 쌀 가공기계)의 기술 수준은 농업 선진국인 일본 기술보다 떨어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아직도 도입 당시 사용하던 기술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곳도 있다.


 도정기술 분야의 발전이 되지 않은 원인 중에 하나는 수요가 적어 업체에서 기술투자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최근 통계에 의하면 2016년 현재 1인당 쌀 소비량이 62kg까지 쌀 소비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이럴 때 밥맛 좋은 쌀이 생산된다면 쌀 소비 촉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물론 밥맛은 쌀의 품종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수확후에 이루어지는 건조, 저장, 가공기술도 큰 영향을 미친다. 새로운 가공기술이 현장에 도입되어 고품질 쌀을 생산한다면 하향선으로만 그려지는 소비 곡선을 수평이나 상향선으로 그려지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고효율 정미기와 무세미기를 국산화하는데 성공하였다. 이번에 개발한 절삭형 정미기는 미세한 칼날을 이용하여 벼를 도정하기 때문에 도정 후 곡온 상승이 15℃ 이하로 낮아 금강롤러에 의한 연삭식에 비해 도정 쌀의 품질변화가 발생하지 않고, 도정효율도 높아 기존 형식 대비 30% 이상의 비용이 절감된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것을 국산화한 것에 큰 의의가 있다. 건식 무세미기는 물을 사용하지 않고 쌀을 연마하기 때문에 쌀의 품질유지에도 좋다. 이 기계를 통해 생산되는 무세미는 쌀뜨물로 인해 발생하는 수질오염을 방지하고, 쌀을 씻는데 사용되는 노력과 물을 줄일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 기술과 더불어 농촌진흥청에서는 최근 쌀 소비활성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TOP5 프로젝트로 ‘밀가루 대체 쌀가루 소비활성화’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요지는 가공용 쌀 품종 개발, 건식 분쇄기술(쌀을 물에 불리지 않고 생쌀을 분쇄하는 기술), 그리고 원료를 가지고 다양한 가공식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건식 쌀가루 분쇄기는 바로 생쌀(건식)을 분쇄하기 때문에 물에 불렸다가 수분을 제거한 다음 롤밀(Roll mill)로 쌀가루를 가공하는 습식용 쌀가루 생산 방법에 비해 비용을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위와 같이 쌀을 씻지 않고 바로 가공할 수 있는 무세미와 건식 쌀가루 분쇄기의 조합은 환경오염을 줄여주고 쌀 소비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기술들이 현장에 보급됨으로써 얻어지는 대상자와 효과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주부들을 비롯하여 식당 종사자들의 일손을 덜어줄 테니 좋아 할 것이다. 쌀 씻는데 들어가는 물은 절약되고, 쌀뜨물로 더렵혀지는 하수가 없으니 수질환경오염을 억제하는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밀가루처럼 쌀가루도 시장이나 마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다면 집에서도 다양한 쌀 가공식품을 만들어 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새로 개발된 기술들이 쌀 가공산업 발전에 기여하여 침체해지고 있는 쌀 소비 활성화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