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31 (목)

  • 서울 26.1℃
  • 수원 23.3℃
  • 대전 24.3℃
  • 전주 26.0℃
  • 구름많음부산 29.5℃
  • -천안 22.0℃
  • -부안 26.4℃

농기계 '퍼스트 무버' 육성을

과감한 규제개혁으로 혁신 제품 개발 촉진해야


 농기계업계가 깊은 시름에 빠져있다.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등이 주력인 종합형업체는 국내시장서 조금씩 점유비를 확대하고 있는 일본산제품과 힘겨운 싸움을 펼치고 있지만 이미 30% 넘게 내준 시장을 회복하기에는 힘이 달려 보인다. 


 성장기를 지난 내수시장은 좀처럼 ‘히트상품’을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조용하다. 중소형 작업기를 생산하는 대다수 농기계회사는 주력아이템의 최소생산량을 유지하는 것마저 고민할 정도다. 농기계시장에서 작은 반향이라도 이는 아이템이 등장하면 농기계제조 노하우가 없는 업체까지 뛰어들어 유사품을 쏟아내기 바쁘다. 한정된 수요를 놓고 공급자만 넘치다 보니 출혈경쟁은 불가피해지고, 매출대비 기업의 영업이익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익이 남지 않는 회사에서 신제품·신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가 이뤄질리 만무하다. 국내기업의 기술수준이 제자리걸음에 맴돌고 있는 사이 선진기업은 한 걸음 더 멀리 앞서가고, 중국·인도 등 후발주자는 턱밑까지 추격해 호심탐탐 국내시장을 노리고 있는 형국이다.


△ ‘패스트 팔로어’ 전략에서 이제는 ‘퍼스트 무버’ 되어야          
 우리나라 농업의 성공적 기계화는 농기계회사들이 성공적으로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은 상당기간 축적한 기술노하우의 선진기업제품을 모방하고 또 아이디어를 얻었다. 비슷한 기능을 갖추고도 20~30% 저렴한 가격은 우리의 큰 무기였다. 그러나 ‘패스트 팔로어’에게 더 이상 고객은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탁월한 감동을 주는 혁신적인 제품에 고객은 지갑을 연다. 회사로서는 사용자의 니즈를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에 없던 사용자 니즈를 만들어 내는 것도 반드시 필요해질 만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정통적인 농기계회사 간 경쟁은 물론 빅데이터, 통신기술노하우를 앞세운 거대기업의 농업분야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선발기업과 후발주자의 기술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며, 플랫폼을 선점한 기업만이 달콤한 과실을 모두 독식하는 구조가 굳건해 질 전망이다. 따라서 선제적 기술도입과 적용 등 변화하는 패러다임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퍼스트 무버’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이고, 농기계회사는 생존을 위한 혁신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 ‘퍼스트 무버’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부터 걷어내야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한 ‘2016 농수산식품 창업 콘테스트’에서 높이와 방향 조절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전동작업차가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사과, 배 등 과수원에서 수확을 할 때 사람이 일일이 사다리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번거로움을 없앤 점이 주효했다. 전동차에 탑승해 차체에 부착된 조이스틱으로 차체를 앞뒤 혹은 좌우로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리프트 기능을 갖춰 상하이동도 편리하다. 탁월한 아이디어로 이뤄낸 혁신적인 제품으로 농식품부가 주관하는 콘테스트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지만 개발자는 이 제품을 과수농가에는 판매할 수 없었다. 농기계로 팔려면 의무검정제도에 따라 반드시 국가검정을 거쳐야 하는데 검정기관에서는 이 기계를 동력운반차로 볼지 고소작업차로 규정할지 난감해 했다. 검정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기계는 검정 자체가 불가하다는 통보만 있을 뿐이다.  


 농가에서 지게차를 이용하는 비중이 해마다 늘고 있다. 크고 작은 물건을 운반하고 적재하는데 지게차만큼 유용한 장비는 없다. 경북에 소재한 A업체 대표는 여기에 아이디어를 보탰다. 지게차의 리프트 기능에 착안해 앞발에 작업대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게차가 단순히 물건을 운반하는 기능에 그치지 않고 농작물수확작업에도 쓰일 수 있게 한 것이다. 하지만 검정이 발목을 잡았다. 다목적고소작업차로 진입을 하려면 그 목적에 맡도록 지게차앞발에 작업대를 완전 고정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해당 업체 대표는 “농가는 한 대의 기계로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기 원한다”며 “이런 니즈에 착안해 어태치먼트 교체만으로 여러 작업이 가능한 기계를 개발해도 매번 검정에서 가로막힌다”고 토로한다.


 방제를 필두로 파종, 영농상태 확인 등 농업용 드론(무인멀티콥터)이 최근 이슈다. 농업분야 산업화의 첨병으로 드론을 손꼽는 전문가도 많다. 하지만 드론 소유자는 영농활동에 필요하지도 않을 고도의 사용기술을 갖춰야만 하는 면허규제의 장벽부터 넘어야 한다. 또 각종 비행제한, 보험(공제)가입, 사용신고 등 농업용 드론의 특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 각종 규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농업용 드론 산업화를 위해서는 농업용 특성을 고려한 규제정비가 먼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적합한 규제를 정비해야만 농업용 드론산업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고, 나아가 선진시장에도 진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혁신제품 개발 의지를 원천적으로 가로막는 규제부터 걷어내야 농기계업계에 더 많은 ‘퍼스트 무버’가 등장할 것이라는 지적이다.